그릇을 깎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갈림길이 있다. 막 잘라 와서 젖은 나무에서 시작할까, 아니면 충분히 마른 나무에서 시작할까. 둘은 깎는 감각도 다르고, 작업 흐름도 다르고, 어떤 그릇이 나오는지도 달라진다. 공방에서 어느 쪽을 쓰는지 자주 물어보셔서 한 번 정리해 둔다.
생나무에서 시작하는 그릇
둥치를 막 잘라 와서 무게가 묵직하고 잘랐을 때 단면이 촉촉한 상태. 결이 무른 편이라 끌이 잘 들어가고, 깎이는 두께도 비교적 자유롭다. 처음 그릇을 익히는 분들에게 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다. 힘을 덜 들이고 결을 직접 느낄 수 있다.
대신 작업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두껍게 거칠게 깎아둔 뒤 그늘에서 몇 주에서 몇 달을 둬야 한다. 나무가 마르면서 자기 결대로 살짝씩 뒤틀린다. 두께가 일정한 그릇은 한 방향으로 살짝 휘고, 결이 강한 부분은 그쪽으로 더 당겨진다. 이 움직임을 미리 계산해서 거칠게 깎을 때 두께를 충분히 남겨둬야 한다.
충분히 마르면 다시 선반에 올려서 마무리 두께까지 얇게 깎는다. 이때는 나무가 자기 모양을 잡아둔 상태라 깎이는 결이 또렷하고, 사포 작업도 깔끔하게 들어간다.
마른 나무에서 시작하는 작업
가구 공방에서 충분히 건조된 토막을 받아오거나, 직접 잘라 둔 나무를 1~2년 이상 말려서 쓰는 경우다. 함이나 손잡이처럼 치수가 정확해야 하는 작업은 거의 다 마른 나무에서 시작한다. 뚜껑이 처음 닫혔던 그 느낌 그대로 유지돼야 하니까.
마른 나무는 결이 단단해서 끌이 미끄러지기 쉽다. 베벨을 정확히 받쳐 가면서 천천히 깎는 자세가 더 중요해진다. 대신 한 번에 마무리까지 갈 수 있고, 작업 후 보관도 안정적이다.
두 방식을 어떻게 나눠 쓰는가
공방에서는 두 흐름을 같이 굴린다. 생나무 그릇은 항상 건조 중인 게 몇 점 있고, 마른 나무에서 시작하는 함과 손잡이는 그때그때 작업한다. 들어오는 나무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어느 줄에 넣을지 결정한다. 둥치 통째로 들어온 큰 토막은 갈라지기 전에 빨리 거칠게 깎아 두는 게 낫고, 가구 공방에서 잘 마른 작은 토막을 받으면 그날 바로 작업해도 된다.
처음 선반에 앉으시는 분들은 생나무 그릇으로 시작하시는 게 손에 빨리 익는다. 결을 느끼는 감이 먼저 들어와야 그 다음 단계가 자연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