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 네 자루면 그릇 하나가 나온다
수업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처음에 뭘 사야 하냐”는 거다. 카탈로그를 펼치면 끌 종류가 스무 가지는 넘어 보이지만, 막상 그릇 하나를 끝까지 깎는 데 손에 드는 건 네 자루 안쪽이다. 나도 호두나무 그릇을 깎을 때 집어 드는 끌은 거의 정해져 있어서, 처음 오신 분께도 이 네 가지만 갖추고 손에 익히라고 권한다. 끌은 이름을 외우는 물건이 아니라 어떤 면을 만드는지로 기억하는 물건인데, 그보다 먼저 몸에 붙여야 할 건 끌을 받침대에 먼저 댄 뒤 나무로 접근하는 순서다. 이 기본 동작 하나가 사고의 절반을 막아 주는데, 미국우드터너협회의 선반 안전 수칙도 바로 이 순서를 첫머리에 둔다.
네 자루가 만드는 면
네 자루는 크게 두 묶음으로 나뉜다. 거친 모양을 빠르게 잡아 가는 끌과, 마지막을 곱게 다듬고 끊어내는 끌이다. 어떤 끌이 어느 단계를 맡는지만 머릿속에 그려 두면, 작업 중에 손이 자연스럽게 다음 끌로 옮겨 간다.

둥글리고 파내는 끌
가장 먼저 잡는 건 스핀들 러핑 거우지다. 날 폭이 넓고 홈이 얕아 네모난 각재를 원기둥으로 빠르게 바꿔 주니, 함 몸통이나 다리처럼 길쭉한 작업은 거의 이 끌로 시작을 연다. 다만 폭이 넓은 만큼 그릇 바깥처럼 면이 휘어지는 작업에는 쓰지 않는다. 회전 방향과 결이 어긋나는 순간 날이 깊게 박히는 캐치가 나기 때문이다. 그릇 작업의 중심은 따로 있는데, 둥근 몸통에 깊은 홈이 파인 볼 거우지다. 옆에서 들어오는 큰 힘을 버텨 그릇 한 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 끌 하나로 깎는 일도 많아서, 첫 끌을 딱 하나만 사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걸 고른다.
바깥과 안쪽을 다르게 다룬다
같은 볼 거우지라도 바깥면을 잡을 때와 안을 파낼 때 눕히는 각이 다르다. 안쪽은 받침대에서 날이 멀어지므로 자루가 길고 굵은 끌이 떨림을 덜 타고, 손잡이를 짧게 쥐고 몸으로 끌을 받치는 자세가 자리 잡으면 면이 한결 깨끗하게 떨어진다. 그릇 안쪽은 한 바퀴 도는 동안 결이 두 번씩 거꾸로 바뀌어 면이 자꾸 뜯기곤 하는데, 왜 그런지는 우드터닝의 결과 작업 방식 설명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다듬고 끊는 끌
나머지 둘은 마무리를 맡는다. 스핀들 거우지는 홈이 얕고 끝을 손톱 모양으로 갈아, 함 뚜껑의 둥근 턱이나 굽 아래 가는 선처럼 좁은 자리에 들어가 결을 낸다. 가벼운 만큼 큰 양을 떼기보다 마지막 다듬기에서 빛을 보는데, 이때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날이 알아서 베어 가게 두는 감각이 중요하다. 끌이 안 든다고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건 작업장 안전 수칙에서도 거듭 짚은 부분이다. 마지막 파팅 툴은 완성된 작업을 떼어내거나 큰 지름과 작은 지름을 가르는 골을 낼 때 쓴다. 폭이 좁고 끝이 뾰족해 직선을 깔끔하게 끊는데, 끝까지 자르지 말고 가운데를 조금 남긴 뒤 손으로 떼어내야 작업이 바닥에 떨어지며 깨지는 일을 막는다.
값 차이와 끌을 오래 쓰는 법
끌은 처음 살 때의 선택만큼이나 산 뒤에 어떻게 쓰고 간수하느냐가 오래 손에 남을지를 가른다. 값을 가르는 요소부터 보관과 연마 습관까지 차례로 짚어 본다.
강재와 자루가 가르는 것
입문용과 전문가용은 모양이 비슷해도 값이 두 배씩 벌어지는데, 그 차이는 대부분 강재와 자루에서 온다. 저가는 탄소강, 그 위는 고속도강, 더 위는 텅스텐 카바이드 팁이다. 탄소강은 잘 들지만 금세 무뎌지고 카바이드는 오래 가는 대신 손맛이 덜하다는 사람이 많으니, 처음이라면 균형 좋은 고속도강 한 자루로 시작해 연마 감각부터 익히길 권한다. 자루는 안쪽을 파내는 작업이 많아질수록 길고 굵은 편이 떨림을 덜 타지만, 손이 작은 분은 너무 굵으면 오히려 불편하니 살 수 있다면 직접 쥐어 보고 고르는 게 가장 낫다. 결국 좋은 끌이란 비싼 끌이 아니라 내 손과 내 작업에 맞는 끌이다.
산 뒤의 보관과 연마
끌은 사는 순간보다 어떻게 간수하느냐가 수명을 가른다. 끌끼리 서랍에서 부딪히면 날이 상하니 칸을 나눈 거치대에 세우거나 천 두루마리에 한 자루씩 끼워 두고, 습기가 많은 공방이라면 날에 얇게 기름을 발라 녹을 막는다. 연마도 미루지 않는 게 좋다. 무뎌질 대로 무뎌진 끌을 한꺼번에 갈면 많은 양을 깎아내야 해 끌이 빨리 닳지만, 살짝 둔해졌다 싶을 때 가볍게 손보면 한 번에 갈리는 양이 적어 끌도 오래 가고 면도 늘 깨끗하다. 처음부터 네 자루를 한꺼번에 들일 필요도 없이, 볼 거우지 한 자루로 시작해 답답한 자리를 만날 때마다 하나씩 늘려 가면 끌마다 왜 샀는지가 분명해진다. 도구는 많이 갖춘 사람보다 가진 걸 끝까지 다뤄 본 사람이 더 좋은 그릇을 깎는다.
그러니 끌을 고를 땐 목록부터 채우려 하기보다 지금 깎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먼저 떠올리면 된다. 만들 물건이 정해지면 어떤 면을 내야 하는지가 보이고, 그 면을 만드는 끌이 곧 지금 내게 필요한 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