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에 들어오는 나무는 종에 따라 손맛이 다르다. 깎이는 무게, 결의 방향, 마감했을 때 올라오는 색까지. 자주 쓰는 다섯 종을 손에 잡히는 느낌 위주로 정리해 본다.
호두나무
이 공방에서 가장 자주 쓰는 나무. 결이 진하고 따뜻한 갈색이 깊게 올라온다. 무게는 중간 정도, 끌이 부드럽게 들어가면서도 마무리 표면이 단단하게 잡힌다. 옹이나 결무늬가 강한 부분은 따로 모아 둔다. 식탁에 자주 올라가는 그릇이나 손에 들기 좋은 함을 만들 때 가장 잘 어울린다.
다만 깎을 때 가루가 진하게 날린다. 호두 가루는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어서 항상 마스크와 환기가 필요하다.
벚나무
국내에서 가지치기한 둥치가 자주 들어오는 나무. 막 잘랐을 때는 분홍빛에 가까운 살색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진한 적갈색으로 익는다. 결은 곱고 부드럽다. 깎이는 감이 좋아서 첫 그릇 클래스에서 자주 쓴다. 마감 후 결이 잔잔하게 빛나는 결과가 나와서 작은 그릇이나 함의 뚜껑처럼 결을 보여 주는 자리에 어울린다.
단풍나무
밝고 단단한 나무. 깎으면 거의 흰색에 가까운 톤이 나오고, 결이 또렷한 일자로 흐른다. 무게는 호두나무보다 무거운 편. 끌을 단단히 받치고 천천히 깎아야 결이 깨끗하게 일어난다. 형태가 또렷한 그릇이나 손잡이처럼 윤곽이 살아야 하는 작업에 좋다.
단풍의 결이 한쪽으로 휘어진 토막(피그루어드 메이플)은 빛에 따라 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효과가 있어서 그런 부분은 특별 보관해 둔다.
물푸레나무
야구 방망이를 깎는 나무로 잘 알려진 그 나무. 결이 굵고 또렷해서 그릇 표면에 자국이 강하게 나온다. 단단하면서도 탄성이 있어 부서지지 않는다. 호두나 단풍처럼 색이 진하지는 않고 옅은 미색에 가깝다. 결을 강조하고 싶은 큰 그릇이나 손잡이 작업에 어울린다.
참나무
가장 단단한 축에 속한다. 깎을 때 끌을 자주 갈아야 한다. 결이 굵고 거친 편이라 마감 사포 단계에서 시간이 더 들어간다. 대신 다 깎이면 묵직한 무게감과 단단한 표면이 남아서, 오래 쓸 큰 그릇이나 도마처럼 험하게 다루는 자리에 좋다.
나무를 고르는 기준
처음 들어오는 토막은 우선 무게와 결 방향을 본다. 그릇으로 쓸 만한 충분한 둘레가 나오는지, 옹이가 깎을 위치에 걸리는지, 결이 한쪽으로 너무 휘어 있지는 않은지. 그릇은 호두나 벚 위주, 함이나 손잡이는 단풍이나 물푸레, 도마처럼 큰 면이 필요하면 참나무. 각자 자리가 있다.
나무에 따라 깎는 자세도 달라진다. 자세한 작업 흐름은 공방 소개 페이지에 정리해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