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작업에서 마지막 단계가 마감이다. 어떤 기름을, 어떻게, 얼마나 바르는지에 따라 같은 그릇이 완전히 다르게 자란다. 식탁에 올라가는 그릇이라 식품에 닿아도 안전한 마감재를 써야 한다. 공방에서 자주 쓰는 세 가지를 정리해 둔다.
호두기름
국내에서 구하기 쉽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마르는 성질이 있어서 그릇 마감에 잘 맞는다. 발색이 진하고 따뜻해서 호두나무, 벚나무처럼 진한 결을 가진 나무에 특히 잘 어울린다. 한 번 바르고 천으로 닦아 내고, 하룻밤 두었다가 한 번 더 바르는 식으로 두세 번 반복한다.
완전히 마르는 데 며칠 걸린다. 그동안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 놓고 통풍이 잘 되는 자리에서 굳힌다. 다 굳으면 표면이 살짝 단단해지면서 결이 또렷하게 살아 있다.
동백기름
호두기름보다 발색이 옅은 편. 단풍나무처럼 밝은 톤을 그대로 살리고 싶을 때 쓴다. 동백기름은 산패가 느린 편이라 보관 기간이 길고, 향이 거의 없어서 음식 맛에도 영향을 거의 안 준다. 그릇이 다 마른 뒤에 만져 보면 표면이 부드럽고 결이 매끈하게 정리된다.
대신 마르는 시간은 호두기름보다 더 오래 걸리고, 한 번에 두껍게 바르면 끈적임이 남는다. 얇게, 여러 번 발라야 한다.
들기름
국내에서 가장 흔하고 저렴하다. 산패가 비교적 빠른 편이라 그릇을 자주 쓰는 사용자에게 권할 만하다. 자주 닦아 주고 가끔 다시 한 번 발라 주면 그릇이 점점 깊은 색으로 익어 간다. 처음 마감으로도 좋고, 사용 중 보수 마감으로도 자주 쓴다.
마감의 두께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기름을 얼마나 두껍게 발라야 하나요”인데, 답은 거의 항상 “더 얇게”다. 두껍게 한 번 바르는 것보다 얇게 여러 번 바르는 게 결과가 훨씬 좋다. 두껍게 바르면 표면이 끈적해지고, 결 사이에 기름이 고여서 시간이 지나면서 누렇게 변하기도 한다.
천에 살짝 적셔서 표면 전체를 한 번 닦듯이 바르고, 5분쯤 두었다가 마른 천으로 다시 한 번 닦아 낸다. 흡수되지 않은 기름은 다 닦아 낸다는 감으로. 그리고 하루 정도 둔다. 표면이 살짝 마른 듯 보일 때 다시 한 번. 두세 번 반복하면 충분하다.
관리
그릇을 받으신 분들께 항상 말씀드리는 게, 식기세척기는 피하시고 손으로 부드럽게 닦아 주십사 하는 거다. 강한 세제는 표면 기름을 빠르게 벗겨 낸다. 미지근한 물에 살짝 닦고, 마른 천으로 물기를 닦아서 그늘에서 자연 건조. 표면이 살짝 거칠어 보이는 날이 오면 호두기름이나 들기름을 천에 살짝 적셔서 한 번 닦아 주면 다시 결이 살아난다.
이런 보수 작업은 따로 비용을 받지 않는다. 가져오시면 무료로 다시 마감해 드리니까 부담 없이 문의 주시면 된다.